자기이해와 철학

나는 왜 늘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가 – 무의식과 자기패턴

joy113 2025. 8. 10. 21:34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는 나를 보며

우리는 종종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약속 시간에 늦지 않겠다고 결심했는데 또 지각을 하고,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결국 말실수를 한다. 시험, 업무, 인간관계… 분야를 가리지 않고 비슷한 패턴의 실수가 반복된다.
그때 드는 생각은 비슷하다.
“나는 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까?”
“정말 변할 수 없는 걸까?”

이 반복은 단순히 노력 부족이나 부주의 때문만은 아니다. 그 이면에는 무의식적인 자기패턴이 숨어 있다. 이 글에서는 실수 반복의 심리학적·철학적 배경을 살펴보고, 이를 깨뜨리기 위한 자기이해와 실천 전략을 제시한다.

 

무의식과 자기패턴

 

실수 반복의 심리학적 원인

  1. 자동화된 행동 회로
    인간의 뇌는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익숙한 패턴을 반복하려는 경향이 있다. 익숙함은 안전하다고 느껴지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고치려고 해도 무의식적으로 이전 행동이 재현된다.
  2. 감정 트리거
    특정 감정(분노, 불안, 두려움)이 촉발되면 이성과 논리가 작동하기 전에 과거의 반응 방식이 즉시 활성화된다. 예를 들어, 비난을 들으면 어린 시절 방어적으로 변하던 패턴이 반복된다.
  3. 자기개념의 고정화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라는 자기정체성에 갇히면, 행동을 바꾸려는 시도가 무의식적으로 거부된다. 이는 변화가 나의 ‘존재 안정성’을 위협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4. 변화에 대한 불안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는 것보다 익숙한 방식으로 실수하는 것이 심리적으로 덜 불안할 수 있다. 변화는 불확실성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무의식이 만드는 자기패턴 – 프로이트와 융의 관점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

프로이트는 인간의 행동이 무의식적인 욕망과 억압된 기억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우리가 반복하는 실수는, 의식적으로는 피하고 싶지만 무의식적으로는 해소되지 않은 갈등을 드러낸다. 이를 **반복강박(repetition compulsion)**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늘 잘못된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경우, 이는 과거 상처를 무의식적으로 재연하며 해결하려는 심리일 수 있다.

카를 융(Carl Jung)

융은 무의식 속 ‘그림자(shadow)’ 개념을 통해, 우리가 인정하지 않거나 받아들이지 않은 자아의 측면이 무의식적으로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림자가 통합되지 않으면, 우리는 그 그림자에 지배당해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된다.

 

 

실패 경험의 내면화와 행동 자동화

우리가 과거에 했던 실수는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감정과 믿음이 결합된 기억으로 남는다. 예를 들어, 중요한 발표에서 실수했던 경험이 ‘나는 대중 앞에서 무능하다’라는 믿음으로 내면화되면, 이후 유사한 상황에서 긴장과 두려움이 즉시 활성화된다. 이 감정은 새로운 시도를 방해하고, 과거의 실수를 재현하게 만든다.

이 과정은 ‘자동화된 행동’처럼 작동한다. 마치 컴퓨터 프로그램이 특정 조건이 맞으면 같은 명령어를 실행하는 것처럼, 우리는 특정 자극에서 동일한 실수를 되풀이한다.

 

 

패턴을 깨기 위한 자기이해의 역할

반복되는 실수를 멈추기 위해서는 자기이해가 핵심이다. 자기이해는 실수를 분석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것은 내 행동의 무의식적 이유를 의식 위로 끌어올리는 작업이다.

  • 나는 어떤 상황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가?
  • 그때 느끼는 감정은 무엇인가?
  • 이 감정은 과거의 어떤 경험과 연결되어 있는가?
  • 나는 무엇을 피하거나, 무엇을 얻기 위해 이런 행동을 하는가?

이 질문들을 탐색하면, 반복되는 실수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내 무의식의 메시지임을 깨닫게 된다.

 

 

실수 반복을 줄이는 실천 전략

  1. 패턴 기록하기
    실수가 일어난 상황, 감정, 생각, 행동을 구체적으로 기록한다. 이를 통해 무의식적인 반복 구조를 시각화할 수 있다.
  2. 감정 인식 훈련
    실수가 반복되기 직전의 감정을 캐치하는 연습을 한다. ‘아, 지금 긴장하고 있구나’, ‘지금 방어하려고 하는구나’를 의식하는 순간이 개입의 기회다.
  3. 작은 변화부터 시도하기
    기존 패턴을 완전히 깨기보다, 부분적인 변화를 시도한다. 예를 들어, 회의에서 말이 꼬이는 사람이면, 먼저 간단한 한 문장만 발언하는 식이다.
  4. 그림자 통합 작업
    나의 부정적인 모습, 실패했던 나를 부정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나는 이런 모습도 있다”는 수용이 있을 때, 무의식적 저항이 줄어든다.

 

철학에서 본 반복과 자유의 관계

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 반복을 통해 자유를 배운다고 했다.
그에게 반복은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같은 상황 속에서도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는 과정이다. 즉, 반복은 운명이 아니라, 자유를 연습할 수 있는 장이다.

하이데거는 인간이 ‘비진정성’에 빠질 때 습관과 관성에 의해 살아간다고 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우리는 존재를 의식하고 스스로 선택하는 삶으로 돌아와야 한다.

 

 

마무리 요약

나는 왜 늘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가?
그 이유는 무의식적인 자기패턴과
해결되지 않은 감정,
그리고 변화보다 익숙함을 선택하는
심리적 안전장치 때문이다.

실수를 멈추기 위해서는
패턴을 의식으로 끌어올리고,
작은 변화부터 시도하며,
나의 그림자를 수용하는 자기이해가 필요하다.

반복은 변화를 위한 무대가 될 수 있다.
그 무대 위에서 새로운 선택을 할 때,
비로소 자유는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