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이해와 철학

나는 얼마나 솔직하게 나를 드러내며 살고 있는가 – 표현과 존재의 철학

joy113 2025. 7. 5. 12:40

 

‘드러낸다’는 것은 곧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말을 하고, 표정을 짓고,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그러나 정작 가장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나는 그 말들 속에, 그 표정 속에, 진짜 나를 담고 있는가?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드러내며 살아가고 있는가?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을 표현하면서도
어딘가 조금씩 조심스럽고, 어느 정도 감추고 살아간다.
상대의 기대에 맞추기 위해, 관계를 해치지 않기 위해,
혹은 거절당하고 상처받을까 두려워
‘진짜 나’를 살짝 감춘 채 살아간다.

그러나 철학은 말한다.
존재는 드러남을 통해서만 존재할 수 있다.
숨기는 순간, 그 존재는 사라진다.
이 글에서는 '자기표현'을 철학적 존재의 차원에서 재조명하고,
우리는 왜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기 어려운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더 진실하고 자유롭게 나를 표현할 수 있을지를 살펴본다.

표현과 존재의 철학

 

 

표현은 존재다 – 말과 행동은 나의 흔적이다

 

독일의 철학자 하이데거(Martin Heidegger)는
“존재는 드러남이다”라고 말했다.
존재는 그 자체로 있는 것이 아니라,
‘드러남(공개됨)’을 통해 의미를 얻는다.
즉, 표현하지 않는 존재는
세상에 참여하지 않는 ‘닫힌 존재’이며,
결국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우리는 언어, 표정, 몸짓, 글, 선택, 침묵까지
모든 방식으로 자신을 드러내며 존재를 알린다.
그러나 그 표현이 타인의 기준에 의해 필터링되거나
내 본심과 어긋나기 시작하면,
우리는 점차 **자기 소외(self-alienation)**의 상태에 빠진다.

가령, 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차마 하지 못하거나,
나와 맞지 않는 의견에 동조하며 웃을 때,
혹은 진짜 감정을 억누르고 상황에 맞는 태도를 취할 때
우리는 나를 ‘숨기는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표현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철학적 태도다.
내가 어떤 방식으로 나를 드러내느냐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존재의 본질을 결정짓는다.

 

우리는 왜 솔직하지 못한가 – 자기검열의 심리와 철학

많은 사람들은 스스로를 솔직한 사람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내면을 숨긴다.
이러한 **자기검열(self-censorship)**의 원인은 단순한 예의나 배려를 넘어서,
존재의 불안과 타인의 시선을 두려워하는 데 있다.

1. 평가받는 두려움

“이렇게 말하면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까?”
“내가 너무 민감하다고 생각할 거야.”
이런 생각은 우리를 침묵하게 만들고,
내면의 목소리를 억누른다.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Jean-Paul Sartre)는
“타인의 시선은 나를 ‘대상’으로 만든다”고 말했다.
그 시선 안에서 나는 스스로를 감추게 되며,
결국 나라는 존재는 타인의 기대에 의해 왜곡된다.

2. 거절에 대한 두려움

우리는 진짜 나를 드러냈을 때
거절당하거나 비난받을까 두려워한다.
그 두려움은 곧 존재 자체가 부정당할 수 있다는 공포다.
그래서 사람들은 애매한 말, 적당한 태도, 무난한 감정으로
자신을 '안전하게' 포장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진짜 '나'는 사라진다.
내가 만든 '가면'이 살아가고,
나는 그 뒤에 숨어 외로움을 느낀다.

3. 사회적 규범과 기대

“이 나이엔 이런 말 하면 안 돼.”
“남자면 이래야지.”
“엄마는 참고 살아야지.”
이런 식의 사회적 규범은
우리의 표현을 끊임없이 통제한다.

철학자 미셸 푸코(Michel Foucault)는
권력은 억압이 아니라 ‘규범’을 통해 작동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자발적으로 규범에 순응할 때,
우리는 자유로운 존재가 아니라
‘길들여진 주체’가 된다.

 

솔직한 표현이 주는 자유 – 말할 때 존재가 강해진다

진짜 나를 표현한다는 것은
단순히 생각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내 존재를 세상 앞에 꺼내놓는 일이다.
그것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동시에 가장 강력한 자기회복의 길이다.

1. 감정의 명명 – 마음을 말로 살아나게 하기

“나는 지금 슬퍼.”
“이게 억울했어.”
“그 말에 화가 났어.”
이렇게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순간,
감정은 모호한 에너지에서
명확한 나의 일부가 된다.

말로 하지 않으면 감정은 흐릿해지고,
결국 억압되거나 왜곡되어 남는다.
그러나 솔직한 감정 표현은
감정의 해소뿐 아니라
존재의 명료화를 가능하게 한다.

2. 경계를 세우는 표현

“나는 그건 원하지 않아.”
“나는 이렇게 느껴.”
“지금 이건 불편해.”
이런 말들은 관계를 깨기 위한 것이 아니라,
관계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자기선언이다.

경계를 표현할 수 없는 관계는
언젠가 반드시 무너진다.
반대로 경계를 말할 수 있는 관계는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성장할 수 있다.

3. 진심을 전하는 용기

“너랑 있으면 마음이 편해.”
“너한테 고마워.”
“사실 난 이런 걸 두려워하고 있었어.”
이런 말들은 관계를 연결시킨다.
표현하지 않으면 마음은 고립되고,
소통하지 않으면 존재는 점점 불투명해진다.

진심은 완벽하지 않아도 되며,
때로는 어설퍼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마음을 전하려는 태도 자체다.

 

 

자기표현을 위한 철학적 실천 – 나를 드러내는 연습

솔직한 자기표현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연습과 인식의 전환을 통해 만들어진다.
다음은 나를 표현하는 힘을 키우기 위한 철학적 실천 방법이다.

1. 하루 5분 ‘감정 기록’ 하기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오늘 느꼈던 감정 중
가장 강렬했던 것을 한 줄로 기록해 보자.
예: “회의 중에 무시당한 기분이 들어서 속상했다.”

이 작은 기록은
감정과 표현을 연결시키는 훈련이 된다.

2. ‘말하고 싶은 말’과 ‘말한 말’ 비교하기

하루 동안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한 말을 떠올려 보자.
왜 하지 못했는지,
그때 무슨 감정이 있었는지를 적어본다.

이 과정은 나의 자기검열 패턴을 알아차리고,
표현하지 않은 내가 표현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

3. ‘나는 ___하다’ 문장 연습

매일 자신에 대해
‘I am’ 문장을 세 개씩 써보자.
예:

  • 나는 마음이 여린 사람이다.
  • 나는 타인의 반응을 신경 많이 쓴다.
  • 나는 내 감정을 자주 숨긴다.

이 연습은 자기이해와 자기수용의 기반이 되며,
표현의 토대를 만들어준다.

4. 안전한 사람에게 솔직함 연습

처음부터 모든 사람에게 솔직할 필요는 없다.
나를 받아줄 수 있는 안전한 사람에게
내 감정, 생각, 불안, 욕망을
조금씩 이야기하는 연습부터 시작하자.

표현은 용기를 필요로 하지만,
그 용기는 신뢰를 기반으로 자라난다.

 

 

드러냄은 존재의 용기다

‘나는 얼마나 솔직하게 나를 드러내며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은
단지 말하기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를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에 대한 철학적 물음이다.

진짜 나를 표현한다는 것은
나를 살아낸다는 것이며,
그 안에서 우리는 진정한 자유를 경험하게 된다.

표현은 감정의 해방이며,
존재의 증명이며,
삶의 방향을 설정하는 도구이다.

나를 감추는 삶은 안전할지 모르지만,
나를 드러내는 삶만이 진짜 나로 살아갈 수 있다.
그것이 철학적 존재로 살아가는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