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은 나의 것, 결과는 누구의 것인가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질문을 마주한다.
“내 인생, 내가 책임지고 있는 게 맞을까?”
우리는 선택의 자유를 소중하게 여기면서도,
그 선택의 결과에 대해서는 때로 회피하고, 타인이나 환경 탓을 하기도 한다.
또는 반대로, 모든 것을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며
자기비난과 무력감에 빠지기도 한다.
삶은 크고 작은 선택의 연속이다.
진학, 취업, 관계, 일상의 태도까지 모든 결정에는 의도와 결과가 따라온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자율적으로 살고 있는지,
또 그 자유에 따르는 책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계속해서 점검하게 된다.
자유는 흔히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상태’로 이해되지만,
철학에서의 자유는 책임과 분리되지 않는 개념이다.
자유롭게 선택한다는 것은 곧,
그 결과에 대해 스스로 감당하겠다는 태도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삶의 책임’이라는 질문을 철학적으로 조망하고,
자유와 책임의 균형이 어떻게 자기이해와 연결되는지를 깊이 있게 살펴본다.
또한 자기 삶에 책임지는 태도를 키우기 위한 철학적 실천도 함께 제안한다.
자유는 책임을 동반한다 – 실존철학의 핵심 개념
자유는 인간의 본성인가, 권리인가, 혹은 선택의 무게인가?
철학자 사르트르는 인간을 ‘자유에 저주받은 존재’라고 불렀다.
그는 인간이 본질 없이 태어나, 살아가면서 자기 삶을 스스로 구성해야 한다는 점에서
절대적 자유를 지닌 존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우리가 선택한 바로 그 삶의 총합이다.”
이 말은 곧, 자유롭게 산다는 것은 그 삶의 모든 결과를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다른 사람, 사회, 환경이 영향을 주었을 수는 있어도
결국 최종 결정은 ‘내가 했다’는 인식이 있어야
진정한 자유의 주체로서 살아갈 수 있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자유를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으로 착각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철학이 말하는 자유는 방종이 아니다.
자유란 선택의 가능성이며, 그 선택의 의미를 숙고하고 결과를 수용할 수 있는 용기다.
책임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삶을 내 것으로 받아들이는 내면의 자세에서 시작된다.
그 책임감이 클수록, 우리는 더 깊이 있는 삶을 살아가게 된다.
왜냐하면 책임은 삶을 ‘남 탓이 아닌 나의 서사’로 전환시키는 존재의 중심축이기 때문이다.
책임 회피는 왜 반복되는가 – 자기서사에서의 실종
책임을 진다는 것은 불편하고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때로 무의식적으로 책임을 회피한다.
“그건 그때 상황이 어쩔 수 없었지”, “다른 사람도 다 그렇게 하잖아”,
“나는 원래 그런 성격이라서…”
이런 말들은 자기 합리화의 형태로 작동하면서
내가 선택한 삶의 결과를 ‘타인의 책임’이나 ‘환경 탓’으로 전가하게 만든다.
이렇게 책임을 회피하는 데 익숙해지면,
우리는 점점 삶의 주체성이 약해진다.
자기 선택에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삶의 통제권을 외부에 내맡기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책임 회피는 자기서사를 희미하게 만든다.
내가 내 삶의 작가가 아닌 독자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누군가가 써준 대로 읽고 살아가는 삶에는
자기 이해도, 자기 확신도, 존재의 자율성도 담기 어렵다.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행동의 책임’이 인간의 자유를 실현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인간이 세계 속에서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고 보았으며,
그 시작의 결과를 감당할 수 있는 자만이 진정한 ‘정치적 인간’이라고 강조했다.
즉, 삶에서의 책임은 곧 내 존재가 세계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자각하는 능력이다.
삶에 책임지는 사람의 특징 – 주체적 선택과 성숙한 수용
삶에 책임지는 사람은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을까?
그들은 단순히 ‘책임감 있는 사람’으로 비치는 것이 아니라,
내면 깊은 곳에서 자신의 선택을 인식하고 수용하는 사람들이다.
이러한 태도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드러난다.
첫째, 선택의 순간에 자기기준을 가진다.
책임지는 사람은 무엇이 옳은지, 무엇이 자신에게 맞는지 스스로 판단한다.
다른 사람의 기대나 시선에 끌려가지 않고
자기 기준으로 결정하고 그 결과를 받아들인다.
둘째, 실패를 탓하지 않고 배우려 한다.
책임지는 태도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실수조차 자신이 선택한 결과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의미를 찾고 성장하려 한다.
셋째, 타인의 탓을 하지 않는다.
삶이 힘들어도, 어떤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도
‘그건 내 삶의 일부야’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삶의 주인이며, 자기이해의 깊이가 있는 사람이다.
넷째, 자신을 동정하지 않는다.
책임지는 사람은 스스로를 피해자로 만들지 않는다.
물론 어려움 속에서 힘들어할 수는 있지만,
그 안에서 다시 선택하고 나아갈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이런 태도는 단기간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반복된 선택과 성찰의 과정 속에서 길러지며,
그 과정이 곧 삶의 철학이 된다.
삶에 책임지는 실천 – 자유를 실제로 살아내는 방법
철학은 생각에서 끝나지 않는다.
자유와 책임에 대한 성찰도 실천으로 연결될 때 비로소 삶의 변화로 이어진다.
첫 번째 실천은 자기선택 일기 쓰기
하루 동안 내가 내린 선택들을 되돌아보며
그 선택이 ‘의식적인 것’이었는지,
‘누군가의 기대에 따른 것’이었는지 기록해보자.
예를 들어:
- 점심 메뉴를 고를 때도 내가 진짜 먹고 싶은 걸 골랐는가?
- 상대의 말에 끌려간 건 아닌가?
이런 질문은 사소해 보이지만,
삶의 주체성을 회복하는 데 매우 강력한 훈련이다.
두 번째는 ‘나의 기준’ 선언문 만들기
책임은 나의 기준이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 나는 편안함보다 의미를 선택한다.
- 나는 실패보다 선택하지 않음을 두려워한다.
- 나는 내가 한 선택에 대해 끝까지 관찰하고 배운다.
이런 문장은 삶을 자동반응이 아니라
철학적 판단의 흐름으로 바꾸어준다.
세 번째는 ‘책임지는 대화’ 연습하기
일상 속에서 불만이나 핑계를 말하기 전에,
“내가 선택한 결과예요”, “내가 감당하겠습니다”라고 말해보자.
이 짧은 표현 하나가 내 사고의 프레임을 바꾸고,
상대에게도 성숙한 인상을 남긴다.
마지막으로는 용기의 결단을 내리는 것이다.
책임은 두려움을 동반한다.
하지만 그 두려움 속에서 내 삶을 내가 책임지겠다는 결단을 내리는 것이
진정한 자유의 시작이다.
이 결단이야말로 나를 삶의 구경꾼이 아닌
능동적 창조자로 전환시키는 핵심 동력이다.
마무리 요약
‘나는 삶에 얼마나 책임지고 있는가’라는 질문은
삶의 주인으로 살고 있는지, 아니면 외부에 떠밀려 살고 있는지를 되묻는 중요한 성찰이다.
철학은 자유를 책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개념으로 바라본다.
자유로운 선택에는 반드시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용기와 의지가 필요하다.
책임을 회피하는 삶은 나의 서사를 타인에게 위임하는 삶이다.
반대로 책임지는 삶은 내가 내 인생을 써내려가는 작가가 되는 길이다.
일상의 선택을 성찰하고, 나만의 기준을 세우며,
작은 실천 속에서 내 삶의 주체로 자리매김하는 것.
그것이 바로 존재의 자유를 온전히 살아내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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