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어떻게 정의하느냐가 삶을 결정한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이 질문은 단순한 소개나 자기소개서를 위한 것이 아니다.
이 질문은 삶 전체를 어떻게 살아갈지를 결정짓는 철학적 핵심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특정 방식으로 인식하며 살아간다.
나는 책임감 있는 사람이다, 나는 소심하다, 나는 창의적이다, 나는 잘 못한다…
이러한 자기인식은 무의식적으로 행동, 선택, 감정, 인간관계에 깊이 스며든다.
문제는 이 ‘자기 인식’이 항상 진실을 반영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자주 과거의 경험, 타인의 말, 사회적 기준에 의해
자신을 규정짓고, 그 틀 안에서 살아간다.
그러나 진짜 나는 그 틀 안에서 설명될 수 있을까?
지금 내가 믿고 있는 ‘나’는 과연 본질적인 나인가?
이 글에서는 ‘나는 어떤 존재라고 믿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바탕으로
**자기정체성(self-identity)**의 형성과정, 왜곡 가능성,
그리고 철학적 존재론 관점에서의 ‘나’의 의미를 살펴본다.
또한 더 깊고 진실된 자기이해를 위해 필요한 철학적 실천도 함께 제안한다.
자기정체성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 사회, 경험, 그리고 해석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나는 누구인가’를 끊임없이 배우고 만든다.
그 시작은 타인이다.
부모가 “넌 참 똑똑해”라고 말하면 나는 똑똑한 아이로 받아들이고,
“넌 왜 그렇게 느려?”라는 말에 나는 느린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형성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반복된 피드백은 ‘나는 어떤 사람이다’라는 **자기 개념(self-concept)**을 만든다.
두 번째는 경험의 해석이다.
같은 실패를 겪어도 누군가는 “이건 나의 성장 과정”이라고 받아들이고,
누군가는 “나는 역시 안 되는 사람이야”라고 결론내린다.
중요한 건 그 경험 자체가 아니라, 내가 그 경험을 어떻게 해석했는가다.
그 해석이 반복되면, 그것은 곧 ‘자기서사’가 된다.
세 번째는 비교와 기준의 내면화다.
사회는 끊임없이 우리에게 기준을 제시한다.
잘난 사람, 인기 있는 사람, 부유한 사람, 아름다운 사람…
이 기준을 내면화하면, 나는 그 기준에 부합하지 않을 때마다
‘부족한 존재’, ‘문제 있는 존재’라고 스스로를 규정하게 된다.
이처럼 자기정체성은 외부 환경과 내부 해석이 결합되어 만들어지며,
그 정체성이 굳어질수록 우리는 ‘나’에 대한 유연한 사고를 잃게 된다.
철학자 미셸 푸코는 이런 구조를 ‘자기 감시의 체계’라고 불렀다.
사회가 만든 기준을 스스로에게 적용하고 감시하며,
자기 존재를 특정 틀에 가두는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나’는 단일하지 않으며,
시간과 경험에 따라 계속해서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의 존재다.
내가 믿고 있는 ‘나’는 진짜 나인가 – 정체성의 왜곡과 제한
우리가 ‘나는 어떤 존재다’라고 믿고 있는 이미지들은
과연 본질적인 자아일까, 아니면 학습된 이미지일까?
여기에서 중요한 철학적 개념은 ‘실존적 자아’와 ‘사회적 자아’의 분리다.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는 인간은 ‘있는 그대로의 존재’(être-en-soi)가 아니라,
‘되려고 하는 존재’(être-pour-soi)라고 말한다.
즉 인간은 고정된 존재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구성해가는 존재다.
따라서 지금 내가 믿고 있는 ‘나’는
변할 수 있고, 변화되어야 하는 존재라는 뜻이다.
예를 들어 “나는 낯을 가리는 사람이야”라고 오랫동안 믿어온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새로운 관계를 맺을 기회를 피하고,
그로 인해 또다시 ‘역시 난 이런 사람이야’라는 결론을 강화한다.
이것은 정체성의 자기강화 루프이며,
사실상 자기 존재를 고정된 이미지로 제한시키는 행위다.
또한, 우리는 때때로 타인의 시선에 최적화된 자아를 만들고 살아간다.
‘좋은 사람’, ‘괜찮은 사람’,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사람’으로 살기 위해
진짜 감정, 생각, 욕망을 억누른다.
이런 자아는 편리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내면의 공허와 분열감을 유발한다.
진짜 나는 나에게만 물을 수 있다.
철학자 하이데거는 인간의 존재를 ‘세계-내-존재(Dasein)’라고 불렀다.
그는 인간이 세계 속에서 존재하며,
끊임없이 ‘자신이 누구인지’를 묻고,
그 물음을 살아내는 존재라고 보았다.
즉, ‘나는 어떤 존재인가’를 묻는다는 것은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나를 새롭게 해석하고 실현하는 과정이다.
존재란 무엇인가 – 본질보다 앞선 선택의 철학
“존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철학이 오랫동안 탐구해온 가장 근본적인 물음이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시대와 사상에 따라 다르지만,
현대 철학의 중요한 흐름 중 하나는
‘존재는 본질보다 앞선다’는 개념이다.
이는 사르트르의 유명한 문장에서 비롯된다.
그는 “인간은 존재한 후에야 본질을 만든다”고 했다.
즉, 인간은 미리 주어진 고정된 성격이나 운명을 지닌 존재가 아니라,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스스로를 만들어가는 존재라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말하는 정체성은
결코 절대적일 수 없다.
삶의 선택, 경험, 성찰, 관계를 통해
나는 매 순간 다른 방식으로 존재하고 있다.
철학자 들뢰즈는 존재를 ‘흐름’이라고 보았다.
그는 인간은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계속해서 움직이고, 변화하고, 접속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펼쳐나가는 열린 존재라고 보았다.
따라서 진정한 자기이해는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결론내리는 것이 아니라,
‘나는 지금 어떤 존재가 되어가고 있는가’를 계속해서 묻는 것이다.
자기정체성 회복을 위한 철학적 실천
자기정체성은 바꾸거나 바깥에서 찾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 안에서 꺼내고 확장해 나가는 과정이다.
이를 위한 실천은 다음과 같이 제안할 수 있다.
1. ‘나는 어떤 사람이다’ 문장 점검하기
종이에 “나는 원래 __한 사람이다”라는 문장을 10개 정도 써보자.
그 뒤에 “이건 사실인가, 배운 것인가?”라고 질문을 붙여본다.
이 연습은 무의식적 정체성을 의식화하고,
내 안의 고정된 이미지에 금을 내는 작업이다.
2. 과거 경험의 재해석
지금까지 ‘실패’라고만 여겼던 사건들을 다시 돌아보며
그 속에서 내가 보여준 가치나 가능성을 찾아보자.
예: "그때 포기했지만, 그 상황에서 버텼다는 건 내 안에 힘이 있다는 증거다."
해석이 바뀌면 정체성도 달라진다.
3. 자기호명 연습
하루에 한 번,
“나는 지금 어떤 존재가 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한 문장으로 대답해보자.
예: “나는 지금 배우려는 사람이다”,
“나는 오늘 두려움 속에서도 말한 사람이다”
이렇게 자신을 살아 있는 존재로 규정하는 행위는
자기정체성을 확장시킨다.
4. 타인 아닌 나의 시선 회복하기
거울을 보며 “사람들이 뭐라 하든, 나는 나의 기준으로 나를 살아간다”고 말해보자.
소리 내어 말하는 자기언어는
내면 깊은 곳의 시선을 바꾸는 강력한 도구다.
마무리 요약
‘나는 어떤 존재라고 믿고 있는가’라는 질문은
삶을 어떻게 살아갈지를 결정짓는 가장 본질적인 철학적 물음이다.
정체성은 고정된 것이 아니며,
삶 속에서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해석되는 존재의 흐름이다.
지금 내가 믿고 있는 ‘나’는
타인의 말, 과거의 경험, 사회의 기준에 의해 형성되었을 수 있다.
그러나 철학은 말한다.
진짜 나란, 그 모든 규정들을 넘어 살아가려는 의지의 흐름이다.
철학적 실천을 통해 우리는
자기정체성을 회복하고,
고정된 틀이 아닌 살아 있는 자기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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