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있는 삶과 살고 싶은 삶 사이
삶을 살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게 정말 내가 원하던 삶일까?”
어릴 때 꿈꿨던 모습, 머릿속으로 그렸던 미래, 나만의 의미를 찾고 싶었던 시절의 열정…
어느 순간부터 그것은 점점 멀어지고, 우리는 지금 이 순간 눈앞의 일에 쫓기며 살아간다.
삶을 사는 것이 바빠서 정작 ‘나는 어떤 삶을 원하는가’라는 질문은 뒤로 밀려나기 일쑤다.
하지만 이 질문은 우리 존재의 방향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물음이기도 하다.
철학은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소크라테스는 “성찰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고 했고,
현대 철학자들도 ‘자기 삶의 주체성’과 ‘삶의 설계 가능성’을 깊이 고민해왔다.
내가 어떤 삶을 원하는지 모른다면, 지금 나의 선택과 행동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 것일까?
자기이해 없는 삶의 방향은 떠내려가는 배와 같다.
이 글에서는 삶의 방향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자기 자신이 삶을 어떻게 설계할 수 있는지를 철학적으로 탐색한다.
삶의 방향이 없는 삶 – 살아 있지만 사는 느낌이 없는 상태
많은 사람들이 어느 순간 삶에 대해 막연한 공허함을 느낀다.
매일 같은 루틴, 반복되는 인간관계, 특별할 것 없는 주말…
겉보기엔 안정되어 보이고 성실해 보이지만, 내면 깊은 곳에서
“이게 정말 내가 살고 싶었던 삶이었을까?”라는 질문이 솟아오른다.
이는 단순한 권태가 아니라, 삶의 방향이 불분명할 때 생기는 존재적 불안이다.
우리가 지향하는 바 없이 살아갈 때, 삶은 타인의 기준이나 사회의 흐름에 맡겨지기 쉽다.
대학, 직장, 결혼, 돈… 이런 순서들은 어찌 보면 ‘사회가 정해준 삶의 경로’에 불과하다.
물론 그 길이 나에게도 맞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진심에서 나온 선택인지, 아니면 ‘남들도 그렇게 하니까’라는 무의식적 모방인지 구분하지 못하면,
나중에 어떤 지점에서 삶의 방향을 잃고 흔들릴 수 있다.
철학자 하이데거는 이를 ‘비본래성’이라 불렀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의 존재를 진지하게 마주하지 않고, ‘그냥 그렇게들 사는 방식’에 따라 살아가는 상태를
존재의 망각이라고 지적했다.
자기 삶의 방향을 설정하지 않으면, 우리는 쉽게 타인의 기대나 사회의 성공 기준에 휘둘린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가다 보면, ‘살고 있지만 사는 느낌이 없는 삶’에 도달하게 된다.
그렇다면 내가 원하는 삶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내가 진심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되묻는 것이 필요하다.
내가 원하는 삶이란 무엇인가 – 삶의 가치와 중심 회복하기
내가 원하는 삶이란 ‘무엇을 갖고 싶은가’보다 ‘어떤 상태로 존재하고 싶은가’에 대한 질문이다.
돈을 많이 벌고 싶다, 유명해지고 싶다는 욕망이 있을 수 있지만,
그 욕망의 근저에는 인정받고 싶다, 자유롭고 싶다, 안정되고 싶다는 더 근본적인 감정이 숨어 있다.
즉, 내가 원하는 삶은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value)**와 맞닿아 있다.
이를 파악하기 위한 첫 번째 질문은
“나는 어떤 순간에 진짜 살아있다고 느끼는가?”이다.
누군가는 사람들과 깊은 대화를 나눌 때,
누군가는 몰입해서 무언가를 창조할 때,
또 누군가는 조용히 자연과 함께할 때 살아있음을 느낀다.
그 순간들을 기억하고 기록하면,
그 안에 내가 지향해야 할 삶의 방향이 담겨 있다.
두 번째는
“나는 어떤 상태의 나를 가장 좋아하는가?”이다.
삶은 결국 내가 어떤 존재로 살아가고 싶은가에 대한 선택이다.
누군가는 따뜻하고 타인을 돌보는 사람이고 싶어 하고,
누군가는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개인이고 싶어 한다.
이러한 존재의 형태에 대한 선택이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다.
철학자 사르트르는 “존재는 본질에 앞선다”고 했다.
우리는 고정된 운명이나 성격으로 결정되는 존재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갈지를 스스로 선택함으로써 스스로를 구성하는 존재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내가 어떤 삶을 원하는지를 아는 것은 단순한 바람이 아니라,
나라는 존재를 형성하는 가장 근본적인 작업이다.
자기설계란 무엇인가 – 삶을 계획하는 철학적 태도
삶을 ‘설계한다’는 표현은 흔히 실용적인 계획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자기설계는 단순히 시간표나 커리어 플랜을 짜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삶을 살기로 의식적으로 선택하고, 그 방향에 맞게 일상을 조율해나가는 태도를 말한다.
자기설계는 다음의 세 가지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첫째, 철학적 질문하기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 “나는 누구의 기준으로 살고 있는가?”,
“이 선택이 나다운 선택인가?”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것은 나의 삶을 타인의 기대나 사회의 기준에서 해방시키는 출발점이다.
둘째, 핵심 가치 정리하기
자기설계를 위해선 나만의 삶의 중심축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내가 어떤 가치들(예: 진실성, 자유, 창조, 관계)을 소중히 여기는지 명확히 아는 것이다.
그 중심축이 있을 때 선택과 행동이 일관성을 갖는다.
셋째, 의도적인 행동 만들기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한 방향성을 실제 일상 속 실천으로 바꿔야 한다.
가령, “나는 자율적인 삶을 살고 싶다”는 가치를 중요하게 여긴다면,
그 가치에 맞게 시간관리, 관계 맺기, 소비 방식 등을 점검해야 한다.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 방향성과 의미가 담겨 있을 때,
비로소 삶은 ‘설계된 삶’으로 전환된다.
자기설계는 고정된 계획이 아니다.
삶은 언제든 예기치 못한 변화를 동반하며,
중요한 건 변화 앞에서 다시 방향을 조정할 수 있는 기준을 갖고 있느냐는 점이다.
이 기준이 있을 때, 우리는 흔들리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삶의 흐름을 만들어갈 수 있다.
내가 원하는 삶으로 가기 위한 철학적 실천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선 단지 생각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삶 전체를 자기다운 방향으로 정렬해나가는 실천이 필요하다.
첫 번째는 삶의 우선순위 정하기
우리는 너무 많은 일에 에너지를 분산시키고 산다.
그러나 정말 원하는 삶이 있다면, 그 삶에 가까워지는 일에 우선순위를 부여해야 한다.
예:
- 글을 쓰는 삶을 원한다면, 매일 쓰는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 사람들과 진정한 연결을 원한다면, 단순한 모임보다 깊은 대화를 선택해야 한다.
이런 우선순위는 나의 삶을 점점 ‘나답게’ 만든다.
두 번째는 삶의 설계 노트 쓰기
한 달에 한 번이라도 다음의 질문을 기록해보자.
- 나는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고, 얼마나 나다운가?
- 나는 어떤 삶을 원하며, 그에 가까워지고 있는가?
- 내가 바꾸고 싶은 일상은 무엇이며, 어떻게 시작할 수 있는가?
이런 기록은 삶을 단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설계할 수 있는 것’으로 인식하게 해준다.
세 번째는 작은 실천으로 방향 유지하기
삶은 큰 변화보다 작은 실천의 반복으로 이루어진다.
오늘 내가 읽는 책 한 권, 선택한 말 한마디, 생각의 방향 하나가
결국 내가 원하는 삶의 구조를 만들어간다.
그 실천이 꾸준히 쌓이면, 우리는 점점 더 자기다운 삶을 살아가게 된다.
삶의 방향을 잡는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인 자기 자신을 어떻게 완성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결정이다.
마무리 요약
“나는 어떤 삶을 원하는가”라는 질문은 자기이해의 중심이자 삶의 방향을 설정하는 가장 본질적인 물음이다.
삶의 방향이 없으면 우리는 타인의 기대와 사회적 기준에 끌려다니며, 결국 공허한 일상을 반복하게 된다.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삶을 설계해나가는 것이
자기다운 삶을 사는 첫걸음이다.
철학적 자기설계는 일상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삶의 기준을 정립하며,
작은 실천을 통해 삶 전체를 방향 있는 구조로 바꾸는 작업이다.
이 작업을 반복할 때, 우리는 더 이상 살아지는 삶이 아니라
살아내는 삶,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의미 있게 살아가는 삶을 실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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