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억의 ‘삭제’ 가능성과 자아의 연속성 문제 사람은 기억을 통해 자신을 규정한다. 과거의 사건, 경험한 감정, 만났던 사람, 배운 지식은 모두 지금의 나를 만든 요소다. 그래서 많은 철학자와 심리학자는 기억을 자아의 핵심으로 보았다. 존 로크는 “기억이 곧 동일성(identity)을 보장한다”라고 주장하며, 사람이 자신을 동일한 존재로 인식하는 것은 기억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신경과학의 발전은 이 전제를 흔들고 있다. 특정한 기억을 약화시키거나 심지어 삭제할 수 있는 기술이 연구되고 있기 때문이다.트라우마 치료를 위한 기억 억제 약물, 치매 환자의 기억 소거 연구, PTSD 환자의 플래시백을 완화하는 실험 등은 기억 조작이 단순한 공상 과학이 아니라 점차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때 중..